▲안면읍 창기리에 '논물가두기'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해는 가뭄전쟁을 치뤘다. 관공서 행정이 가뭄극복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긴장된 나날이 지속됐었다. 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나 버리지 않는 방법을 홍보하는데 상당한 투자를 했다.

한상기 군수가 '논물가두기' 방법을 적극 홍보하여 실효성 여부를 떠나 가뭄극복 캠페인의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한 군수가 2016년 읍,면 연두순방시 한해 대책을 설명하면서 강조했던 부분이 '쓸 수 있는 물이 바다로 흘러가서는 안되겠다'는 주장을 줄곧 했다.

논물가두기는 지금처럼 용수로나 지하수 개발이 없던 시절에 당연한 농사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이르러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옛부터 가뭄을 대비하던 기법이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에 보면 한상기 군수가 강조한 '논물가두기'를 묘사한 대목이 있다. 작가는  봄에 눈 녹는 물까지 허실하지 않도록 가두려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시대적 배경과 농사기법 등을 설명했다.

"들판에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고 있었다. 죽은 것처럼 가지만 앙상했던 나무들 모듬에도 유록빛 기운이 신비스럽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연해주에 늦은 봄이 오고 있었다.
부지런한 조선사람들은 벌써부터 농기구를 들고 나서고 있었다. 땅을 파자는 것이 아니었다. 눈이 다 녹으면 곧 시작해야 될 논농사를 위해 눈 녹는 물을 허실하지 않고 군데군데 보에다 가두려는 것이었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포근하고, 얼음덩어리가 다 되었던 눈들은 푹푹 녹아내리고, 새들은 맘껏 날며 경쾌하게 지저귀고, 농기구를 든 사람들은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아리랑 10편 123쪽, 해냄/조정래)

소설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논물가두기는 가뭄을 대비한 오랜 전통적 농사기법으로 보인다. 한상기 군수가 지난 해부터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실천했다는 점은 연륜에 의한 경험적 산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자연환경에만 의지했던 조선시대 농사기법이라서 왠지 어색하다. 농지정리가 잘 되어 있는 논두렁 물꼬는 장마가 오지 않는 이상 트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