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남녀평등 사회구현을 실천하고 있는 국가라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역사는 현대에 이르러 여성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변화했다. 정치, 사회적으로도 여성에게 후한 배려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국내 최초 여성대통령을 탄생시킨 정당이다. 현재 민주당, 정의당 대표도 여성이다. 해산된 통합진보당 대표도 여성이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도 국내 첫 여성총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국회, 광역,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1번에는 사회적 취약층으로 분리되는 여성후보를 배려해야 하는 정당법, 또 지역구라도 각 정당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위한 제스처로 여성 후보에게는 공천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의 정계진출 권장은 더 없이 환영할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여성정치인의 국정농단 혐의로 파생되고 굳어져 가는 여성정치인 혐오 정서는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국회, 지방정치 현장에서 여성정치인들의 위축되고 민망해 하는 활동이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여성정치인이 모두 조롱거리가 된 현실은 치유할 수 있는 민간요법이 없어 자연현상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의 여러 사건 중에서 '머리 올리는 시간'과 '인천시장실 화장실 변기를 떼어 갔다'는 일화를 접하면서 이제 여성이 섬세하고 사리가 밝아 남성정치인보다 장점이 많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여성정치인들이 미용에 쏟는 시간이 많아 민원사항에 집중할 정신머리(?)가 있겠느냐"라는 의구심을 갖고 여성정치인을 바라보아야 할 판이다.

지방정치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경쟁자들끼리 네거티브 전략을 은밀하게 추진해 효과(?)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미용 일화는 지역구에 유력한 여성후보가 있다면 상대 후보 측에서 "여자한테 정치를 시키면 머리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민원이 늦어진다, 박 대통령 7시간 사례를 봐라!"라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다음 지방선거에 써먹어도 딱히 대응할 만한 방법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로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권리신장과 사회적 활동에 해를 가하고 여성정치인 혐오정서를 국민들에게 오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