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인가 관료적 타성인가

태안군이 연초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대규모라고 하지만,시기적으로 직원들의 순환근무나 몇명 빈자리에 승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별한 마인드를 적용한 인사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공직경험이 많은 한 군수가 공무원 편의의 업무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짙은 인사결과다.

태안군의 가장 큰 인사행정의 오류는 한 군수 취임 직후 적재적소에 필요불가분한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줄곧 시간을 끌다가 만고가 되어 인사개편을 진행했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된다. 인사문제가 주민불편사항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망각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한 군수가 오랜 관료생활에서 나온 공무원 편의주의식 발상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지만, 민선군수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입장에서 지방정치 경험이 없었던 초보지도자의 시행착오로 믿고 싶다.

늦은 인사행정, 민원업무 회피로 이어져

한 군수의 늦은 인사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따져보기로 한다. 공무원들은 한 군수 취임 이후 언젠가 단행될 인사이동을 앞두고 그 전까지 일손을 놓고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더 컸다. 취임 직후 인사를 하지 않았던 결과가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공직분위기'를 만들었다.

실무자들이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만 보면서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뒤로 미루는 등의 본연의 자세에서 심하게 벗어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 군수는 취임하자 마자 인사를 단행하면 '갑작스러운 인사 등으로 행정의 일관성이 흐트러지거나 민원공백을 우려하여 기존 조직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제 틀 안에서 조직운영에 필요한 기초자치단체장의 판단이 아닌, 지방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뼈속까지 공무원 입장에서 진행한 인사행정의 일편이다.

인사를 위한 용역도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용역의 결과는 참고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인사결과의 절대성을 용역결과에 의지할 수는 없다.

인사가 늦어지면, 승진대상자가 아닌 직원들은 앞으로 그동안 하던 업무보다 더 힘든 업무를 맡거나, 잘 모르는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심리가 지속된다. 직원들의 불안한 심리는 민원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일부 주민들은 한 군수 취임 이전에는 담당직원에게 업무협조나 민원사항을 전달하면 "군수님이 바뀌면 그때 해결하자"라고 미루다가 새로 바뀐 군수가 인사를 계속 미루고 있는 동안 담당직원은 "제가 언제 다른 부서로 갈지 모르니 새로운 담당자가 바뀌면 그때 말씀을 하세요"라는 말만 6개월 이상 되풀이 했다고 말하고 있다. 군수 임기가 4년인데, 민원인에게 6개월 이상은 길다.

이런 되풀이식 늑장행정이 한 군수 취임 이전 전 군수의 임기 만료 몇 개월 전부터 올해초까지 일부 직원들이 업무를 회피했던 것이 당연한 일.

"모두 갈 사람들 밖에 없어"

 지난 1월 23일 한 군수의 고남면 연두순방에서 한 주민은 "공무원들의 일시적인 인사로 인해 새로운 직원들이 지역실정이나 민원사항을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또 다시 업무를 해야 한다"는 불편사항을 한 군수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 이는 인사 이후 나온 이야기이지만, 인사이동 이전까지는 "면사무소 직원에게 민원사항 말해봤자 전부 다 오래돼서 다른 곳으로 갈 직원들 밖에 없다"라는 주민들의 푸념이 지속됐다.

관공서 늑장행정의 원인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군수가 이를 간과했다면 지방정치 경험이 없었던 초보지도자의 시행착오다. 하지만 지방정치인의 시행착오는 주민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한 군수의 인사행정은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는 사례를 남긴 연구자료다.

"인사행정 주민들이 했습니까?  군수한테 양해를 구하세요!"

지난 1월 13일 인사이동 이후 새로운 각 부서별로 담당자들이 배치됐다. 이제는 직원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는 예견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제가 새로 업무를 담당한 지 얼마 안되서 그러는데요. 업무파악을 못했으니까 좀 늦어도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써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주민들은 "인사를 늦게 한 군수가 잘못이지 왜 민원인한테 양해를 구하는 겁니까?"라고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