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이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다리 명칭(원산안면대교, 줄여서 '원산대교')에 이렇다 할  태안의 상징이나 고유한 특징을 담아내지 못했다. 충남도 지명위원회 탓을 하고 있지만, 물 건너간 다리명칭으로 보인다.

보령시에 다리명칭을 빼앗겼다고 분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듯하다. 태안군이 그동안 지명과 관련해 어떻게 관리하고 홍보해 왔는가를 돌아보면, 태안의 고유한 특징들이 반영되지 않은 다리명칭에 하자를 건다는 것도 어색하다. 태안군 관광 및 행정은 타 지역이나 타 국의 이미지 베끼기를 좋아한다. 말이 좋아 벤치마킹이지, 세부적인 부분까지 셈을 나눠보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다.

태안 앞바다 격렬비열도를 예로 들어본다. 격렬비열도는 서단의 고유한 섬 지명이다. 이를 잘 활용하지 않고 홍보자료나 행정업무 자료에 "서해의 독도"라고 부기 설명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누가 이런 명칭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행정기관에서 지형학적인 역할을 논할 때 고유지명을 놓고 왜 "서해의 독도"라 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근흥면에 소재한 "가의도"를 "서해의 하와이"라고 홍보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정체불명의 표현이다. 가의도를 '하와이'보다 더 멋진 섬으로 홍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하와이 보다는 뒤처진 섬이라고 자인하는 홍보에 불과하다.

[사진_태안군에서 제공한 홍보자료를 근거로 보도된 일간지 기사제목] 

소원면에 소재한 '만리포'를 '만리포니아'라는 명칭으로 지칭해 홍보할 때도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숙박업소 이름으로 캘리포니아 해변의 '짝퉁'처럼 느껴진다. 만리포를 캘리포니아 해변보다 더 훌륭한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겠다는 의지와는 거리가 먼 별칭으로, 아무리 따라가도 캘리포니아보다는 못하다는 우회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외래문화를 동경하던 철없는 사람들에 의한 조잡한 별칭이나 합성어에 불과하다. 태안군은 고유한 지명을 놓고 타 지역, 타 국의 이미지를 빌려쓰는 얼토당토한 언어도단을 즉각 멈춰야 한다.

대부분 이 명칭들은 관광산업과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베끼는 삼류산업은 생명이 짧고 유치하기 그지 없다.

지난 제262회 태안군의회 임시회에서  전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태안군 한글사랑 지원 조례」가 원안 가결됐다.

태안군민의 한글사용을 촉진하고 한글의 보전계승과 문화민족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태안의 고유지명들이 있는데, 관광홍보 목적으로 외래어나 조잡한 별칭을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일도 이 조례에 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