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공무원들이 오랜 피의 역사를 거치면서 완성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신분이 우월하다고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다.


▲피의 역사로 자유, 평등을 완성한 동학농민혁명가들의 기념관 내부
동학운동은 인본주의 사상에 입각한 반봉건·반외세와 신분 타파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후대에 차별없는 사회와 인간의 존엄성을 물려주기 위해 총, 칼에 맞선 선조들이다.
태안읍 동학혁명기념관 한켠에 고종의 큰아들이 13살에 병으로 죽었을 때 사용했다는 상여를 전시하고 있다. 동학은 고종 31년에 그 절정을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살 큰아들이 백성을 위해 한 일은 아버지가 자신이 타고 갈 상여를 만드는 일꾼들에게 일자리를 잠깐 기여한 것이 전부다.
신분 타파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예우를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둔 혁명가들의 혼이 살아 있어야 하는 기념관에 신분 우월을 상징하는 상여가 한쪽 방을 독차지 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정신과 정반대의 상징물이 전시되고 있는 셈이다.

▲고종의 큰아들이 병으로 죽어 타고 간 상여
글쓴이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과거에는 권력자의 아들이 병으로 죽으면 꽃상여를 탔고, 동학농민이 칼에 맞아 죽으면 골짜기에 버려져 까마귀밥이 되었다는 역사교육용 전시회로 착각했다.
참된 역사적 교훈이 사라지고 오로지 왕의 아들 상여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 옆 전시장에는 수천, 수만명의 혁명가들을 한 방에 몰아넣었다. 아들의 상여가 방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동학은 하찮은 존재로 업신 여긴 행태다.
상여가 예술작품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문화예술이나 민속 관련 기관으로 이전 전시해야 마땅하다. 농학농민들이 상여를 불살라 버리지 못한 후회를 죽어서도 해야 하는 꼴이다.
신분 타파 상징 기념관에 왜 신분 우월 상징물을 전시하나? 태안군이 생각하는 머리가 이렇게 없는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