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후기 관청 주변에 기와집이 여럿 있었다. 이상하게 한 집은 주인장이 하는 일도 없는데 곳간에 곡식이 가득 차 있다.
주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기와집에 살고 있는 자를 벼슬로 잘못 알고 있다. 기와집 담장도 높아 집안 살림은 더욱 알 수 없다.
주인장이 이문에 밝아 관청의 업무 사이에서 민간인들을 등처먹는 거간꾼이다. 관청주변에서 벼슬들을 모시는 구슬아치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고을마다 구슬아치들의 횡포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라는 감찰 보고가 수시로 임금에게 올라갈 정도로 관청 주변 구슬아치들은 썩 좋지 않는 신분이다.('양아치'라는 속된 용어도 구슬아치, 벼슬아치 등의 용어에서 응용된 것)
평범한 사람들은 그 집을 들어갈 일이 없지만, 이 집을 찾았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목적이 있다. 관청에 청탁할 일이 있는 사람이 먼저 들리는 집이다. 그 안에서는 거간꾼 역할을 하는 구슬아치와 어떠한 거래가 이뤄진다.
기와집 처마밑에는 거지떼가 항상 득실거렸다. 주인장이 가끔 대문을 열고 인심쓰듯 먹거리를 던져주곤 하는데, 받아 먹는 서열도 정해져 있다.
간혹 기와집 주인장이 거지떼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주인장 자식이 어디가서 매맞고 오면 거지떼들을 배불리 먹이고 자식을 때린 사람을 혼내라고 주문한다.
거지떼는 주인장이 시키는 대로 충분한 밥값을 하게 마련이다. 이 구슬아치들이 일제시대에는 관청을 장악한 일제 앞잡이 역할을 했다. 일제에 순응하니 빼앗긴 재산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부를 축적해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이 됐다.
지금 시대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대판 구슬아치는 관공서 주변의 브로커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조상들에게 구슬아치 정서를 대물림 받은 형국도 있다. 어떤 사람은 관공서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관변단체 관계자를 브로커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현대판 거지떼는 이런 구슬아치 주변에서 용돈 벌이를 하면서 거지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모사를 꾸며 지역주민 갈등을 유도하고 실행하는 부류들이다. 관 주변에는 예나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못된 구슬아치가 설치고 그들만의 영역을 표시하고 다니는 거지떼가 득실거린다.
[Tip] 수년전, 다른 지역에서 동네 어른들이 다 알고 있는 친일인사를 한국전쟁 영웅으로 묘사하여 기사를 작성 보도한 덜떨어진 기자를 보았는데, 이런 부류가 기와집 주인이 시키는 대로 가리지 않고 질러대는 현대판 거지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