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세로 태안군수가 2026년도 예산안 일부를 군의회에서 삭감하자 지난 12일 군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태안군의회가 ‘2026년 설날장사 씨름대회’ 개최 지원 예산 등 내년 태안군의 주요 사업비를 대폭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세로 태안군수가 12일 군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태안군의회의 군정 발목잡기식 예산 삭감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 군수는 이날 “개최를 불과 두 달 앞둔 태안 설날장사씨름대회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을 비롯해 군립합창단 운영을 위한 예산이 삭감되고 태안소식지 예산도 대폭 줄어들었다”며 “정치논리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대안 없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군의 신뢰와 군정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가 군수에 따르면, 태안군의회는 지난 11일 마무리된 ‘제316회 태안군의회 제2차 정례회’ 2026년도 본예산 심의에서 내년 2월 태안 개최가 예정된 설날장사씨름대회 개최지원비 및 홍보비 4억 705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한, 군립합창단의 단원 연수비와 찾아가는 음악회 및 정기연주회, 공연수당 등 운영예산 5560만 원을 전액 삭감했으며, 올해 예산 삭감으로 발행이 중지됐던 태안소식지 관련 예산도 단 3개월분만 남기고 모두 삭감했다.
의회의 예산 심의권은 존중받아야 하나, 이번 삭감은 군민 복리나 타당한 재정운영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 대립과 정치적 셈법에 의한 ‘몽니 부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가 군수의 입장이다.
특히, 설날장사 씨름대회의 경우 태안군청씨름단이 그동안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군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왔고 전국 씨름의 부흥에도 기여하며 대회의 태안 개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이미 타 지자체의 내년도 예산도 확정돼 개최지 이전이 사실상 불가한 만큼 이번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 군수는 “태안군은 지난 2024년 이후 3년 연속 설날장사 씨름대회 유치의 쾌거를 거뒀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내년 설날장사 씨름대회는 취소될 수밖에 없고 이는 대한씨름협회, KBS, 더 나아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34년간 매년 설에 개최돼 온 씨름대회를 무산시키면서까지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납득할 만한 사유를 군민 앞에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태안군립합창단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군민합창단의 존재 목적은 흥행성이 아니라 군민 정서 함양과 지방예술문화 창달”이라며 “문화와 예술은 경제적 효율성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지역 문화예술 진흥의 기회를 짓밟는 것은 올바른 의정활동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지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 군수는 “군이 편집위원회 재구성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음에도 1년치 예산 중 고작 3개월 분만 승인한 것은 군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위로, 군의회가 쥔 칼자루에 휘둘리는 것은 집행부가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알 권리를 침해받는 군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가 군수는 “씨름 발전은 불필요하고 군립합창단에 쓰는 돈은 아까우며 소식지는 입맛에 맞게 통제하겠다는 것이 군의회의 결정”이라며 “씨름선수들의 땀방울이 부정당하고 합창단은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태안군 씨름단과 태안군립합창단을 해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의회의 감시 아래 놓인 태안소식지라면 태안군은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날장사 씨름대회가 취소되고 군립합창단과 태안소식지가 운영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대안 없는 삭감과 발목잡기로 일관한 태안군의회에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의회 "예산은 집행부의 편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심의조정을 거쳐 군민의 삶과 현장에 맞게 다듬어 지는 것" 입장
태안군의회(의장 전재옥)는 군정소식지 삭감의 이유를 "그 간 지역 갈등 조장 및 편향된 정보 제공으로 집행부와의 갈등이 많았던 기획예산담당관 소관 소식지 예산은 본래의 취지대로 편집 방향을 올바르게 개선하고 군민의 소식지로 돌아올 수 있길 기대하며 3개월간의 시범운영 예산을 승인했다"라고 밝혔다.
공연사업비 삭감에 대해서는"문화예술과 소관 2건의 공연 예산은 일부 기획공연에서 공연 목적과 무관한 특정 인물 중심의 홍보 성격 행사 운영, 과도한 의식행사로 오히려 군민들이 공연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사례들이 지속 발생하여 군민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과 공연 예산의 많은 부분이 일부 연예인 초청에 편중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군민들에게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려는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공연 운영의 전반적 개선을 요구하며 삭감했다"라고 밝혔다.
설날장사씨름대회 예산 삭감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연속 개최되는 데 따른 운영진의 피로도, 행사 효과성 저하 등 연속 개최의 부적절성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으며 꼭 필요하다면 격년제로 주최하도록 권고해 온 사업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사전에 의회 보고 없이 공모 신청을 진행해 놓고 이미 개최지로 선정되어 변경이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승인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실상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재옥 의장은 “예산은 집행부의 편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심의조정을 거쳐 군민의 삶과 현장에 맞게 다듬어 지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서도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절차가 아닌 만큼 이번 본예산 심의 시 소통의 부재가 낳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군과 의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