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만이 선호하는 숫자들을 가지고 사용한다.
휴대폰 번호, 사무실 전화번호, 집 전화번호는 물론, 우연이 겹친 행운의 숫자를 선택해 중요한 결정이나 이동이 필요할 시 은근한 기대를 하면서, 숫자에 강한 믿음을 가져본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사료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은 국경일 및 중요한 국가행사 시에 홀수 숫자를 무척 선호했다.
예를 들면 설날(1월1일), 정월대보름(1월15일), 삼짇날(3월3일), 단오(5월5일), 칠석(7월7일), 백중(7월15일), 추석(8월15일) 등은 물론이고, 24절기가 거의 홀수 날에 들어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는 절대 아닐 것이다.
홀수와 짝수를 간략하게 정의한다면, 홀수는 숫자 2로 나누었을 때 1이 남는 수이고, 짝수는 숫자 2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홀수는 짝수와 달리 나누어지지 않아 복과 행운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며 짝수는 나누어지기 때문에 단절과 이별을 상징한다는 우리 민족 뿌리 깊은 정신문화에 그 기원이 있다고 한다.
심리학적으로도 짝수를 보면 뇌는 사물을 쌍으로 인식하지만, 홀수를 보면 뇌는 먼저 쌍으로 분석하고, 일부는 여분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홀수를 선호하는 우리 민족의 본능을 이용한 대표적 마케팅이 아이스크림 가격이다. 1980년대 부라보콘 1개 가격은 300원이었고, 1990년대에는 500원, 나중에는 700원으로 올랐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홀수일 때 더 저렴하다고 느끼는데, 수학 심리학에서는 이를 ‘홀수 가격 이론’ 이라 부른다.
홀수 숫자 중에서도 우리 민족은 유난히도 ‘3’자를 좋아했다.
삼천리 금수강산, 삼천리 자전거, 삼 세판, 삼복더위, 삼척동자, 삼삼오오, 삼보일배, 만세삼창 등 하루 종일 열거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렇듯 ‘3’이라는 숫자가 우리들 생활 곳곳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숫자 1과 숫자 2는 스스로는 아무런 역할을 못 하지만, 둘이 합해지면 숫자 3이 돼 음양의 조화가 성립해 수많은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굳은 믿음에서 ‘삼’자를 선호하는 민족이 되었다고 해석해본다.
홀수 문화의 뿌리는 장례와 제사, 탄생, 탑 등에도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3일장 또는 5일장을 치르고, 삼우제가 있고 49제가 있으며, 심지어 제물을 올려도 짝수가 아닌 홀수여야 하고, 아기를 낳고 금줄을 쳐도 세이레(三七日) 동안 출입을 삼갔으며, 돌탑을 쌓아도 3, 5, 7, 9 홀수 층으로 올려야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들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여겼다.
황금 추석 연휴를 즐겼던 것도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등 홀수 국경일이 겹쳤기에 얻은 행운이었다.
1989년 1월 1일 태안군 복군, 불행을 희망으로 바꾼 기름유출사고 당시 123만 자원봉사자의 도움의 손길, 태안반도 559.3㎞의 해안선, 그리고, 섬의 숫자도 119개로 우리군에도 민족의 홀수 선호 숫자가 신기하게 적용되고 있다.
2025년은 홀수 해이다.
더위와 잦은 폭우에 지치고 시달리다 보니, 어느덧 종착지도 달력 숫자로 3장도 남지 않았다.
민족의 홀수 문화와 3자 선호 전통의 기운이 태안반도와 태안군민들께 가을날의 신선함과 혼합되어 행운과 승전의 나날이 되시라 응원하고 기원해본다.
2025. 10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배상)